Wasn’t This Supposed to Be an Erotic Game?

Chapter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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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기절하진 않은 모양이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내 눈앞에 옹기종기 모여든 어린 소녀들이 있었다.

“성자님이시다.”

“진짜 성자님이시다.”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진 어린 소녀들 5명 정도가 날 똘망똘망한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난 눈을 꿈뻑이며 그 소녀들을 바라보았다가 구석에 쓰러져 있는 강도의 시체를 보고 현실감각이 돌아왔다.

토악질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식은땀이 미친듯이 났다.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는 나에게 어린 여자아이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내 손을 잡아준다.

그 온기에 조금이나마 정신이 돌아왔다.

“저 남자…… 뭐 하는 사람이니?”

“성냥을 얻어와서 저희한테 줘요.”

“저희는 그럼 그걸 팔아서 돈을 벌어요.”

“그렇게 번 돈을 아저씨가 가져가고 저희한테 잘 곳과 먹을 것을 줘요.”

“잘 곳과 먹을 것을 준다고?”

“네. 성자님.”

난 어린아이들을 내려다본다.

많아봐야 7살에서 8살이다.

또 다른 여자아이는 4살이 아닐까 싶은 아이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이 하나같이 화상으로 녹아내린 얼굴을 하고 있었고 옷은 몸 보다는 쓰레기통에 있어야 할 것 같은 다 낡아빠진 천조각을 두르고 있었다.

발에는 신발이 없었고 내 손을 잡은 여자아이들의 손은 노가다 십장 아재도 한 수 접어줄 정도로 거칠기 그지없었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먹을 것과 잘 곳이 있다는 아이들이 상태가 이래?

“너희 자는 곳으로 한 번 가 볼 수 있겠니?”

“네.”

아이들이 날 이끌어준다.

씨발.

빨리 튀어야 하는데.

릴리아 교단 사람들 오기 전에 튀어야 하는데……..

어린아이들의 상태가 너무나도 처참해서 도저히 그냥 갈 수가 없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몇 군데 더 지난 후.

난 아이들이 잔다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 기대서 자요.”

난 할 말을 잃었다.

기다란.

때 묻고 냄새나는 썩어빠진 밧줄 하나가 벽을 따라 길게 가로로 설치되어 있었다.

그 줄에 기대어 10살도 안 된 것 같은 어린 여자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자고 있었다.

곰팡이와 썩은내가 진동하는 이름도 없고 오는 사람도 없을 것 같은 지독한 하수구 입구에서 말이다.

“음식은…….음식은 뭘 먹니.”

어린 여자아이들이 하수구 근처에 굴러다니는 썩어빠진 야채와 곰팡이 핀 빵을 가리킨다.

“상납금이 많으면 가끔 곰팡이가 피지 않은 빵을 주시기도 해요.”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에 난 할 말을 잃었다.

15명의 어린 여자아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이나 몸, 손에 일그러진 화상 자국을 가지고 있었고 희망도 미래도 없어 보이는 표정으로 밧줄에 기대어 덜렁거리고 있었다.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이 사그라든다.

이런……

이런 씨발 쓰레기 새끼가 다 있나?

“너희들 얼굴. 얼굴은 왜 그래? 왜 얼굴이 그런거야?”

내 질문에 여자아이들이 울먹인다.

“엄마랑 아빠랑 일찍 죽었어요.”

“공장 아저씨가 저희들 데려다가 성냥 공장에서 일 시켰어요.”

“조심해야 했는데 조심 못해서 불 났어요.”

“얼굴 아프니까 그냥 저희 버렸어요. 배고프고 잘 데 없는데……. 아저씨가 저희 데려다가 일 시키고 잘 곳이랑 먹을 것 줬어요.”

신발도 없는 어린 여자아이들 중 몇몇은 발가락이 동상으로 인해 떨어져 나간 아이들도 있었다.

손가락이 없는 아이도 있었고 일그러진 얼굴 때문에 목구멍 안쪽이 보이는 아이도 있었다.

솔직히 아이들의 상태는 살아 있는게 더 신기해 보였다.

주먹이 꽉 쥐어진다.

도망쳐야 했다.

릴리아 교단의 사람들이 오고 있다.

일찍 도착했다고 했었지.

그러니까 지금쯤 나를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짓 하면 안 된다.

도망쳐야 했다.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한다고 머리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이걸 보고 어떻게 그냥 도망치냐 씨발.

시간 정지를 걸고 갑자기 사라졌으니까 목격자가 있나 발자국이 있나.

상대방도 날 찾는데 한세월 걸리지 않을까.

그러니까 이 아이들을 치료할 시간 정도는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정말 성자예요?”

어린 여자아이의 질문에 난 조용히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춘다.

“아니.”

난 성자가 아니다.

난 그냥 야겜 스킬 타고 태어난 병신 새끼다.

겁 많아서 조금만 큰 사건이 일어나면 그대로 얼어버리고 조금만 무섭게 해도 눈물이 나오는 하남자다.

취미는 고어영화랑 애니메이션 감상이었고 전생에도 특별하게 대단한 것 없이 그냥 지방대 대학생으로 살다가 갑자기 전생한 새끼다.

그래도 눈앞의 아이들을 치료할 능력이 되는 사람이었다.

“난 그냥 낮은 이를 위해서 봉사하는 사람일 뿐이란다.”

난 눈앞에 있는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리 오렴. 내가 고쳐줄게.”

야겜 스킬이면 어떻고 내가 병신 새끼면 어떻냐.

이런 기회가 생겼다는 것에 감사하자.

난 아이의 머리에 손을 올려놓았다.

[스킬 신체 개조를 사용합니다!]

난 아이의 몸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화상으로 녹아내린 얼굴을 치료했고 몸에 달고 있는 여러 가지 병들도 치료했다.

잘려나간 손가락과 얼어붙어 동상으로 떨어져 나간 발가락을 고쳤다.

시간 정지 쓴다고 아직 피로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정신을 억지로 움직여 집중해서 아이들을 개조하고 있으니 코피가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난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수가 없었다.

“아아……..”

아이가 순식간에 나아버린 자신의 몸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난 나아버린 아이에게 말했다.

“가서 네 친구들을 데려오렴. 아저씨가 다 고쳐주마.”

아이가 날 향해 다른 아이들을 데려온다.

절뚝거리는 아이.

한쪽 눈이 멀었는지 하얀 눈을 가진 아이.

코까지 다 녹아버려서 말할 때마다 킁킁거리며 이상한 소리를 내는 아이.

난 아이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하나하나씩 침착하고 조심스럽게 개조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아이까지 귀엽고 예쁘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서, 성자님!”

“성자님이 치료해 주셨어!!”

“안 아파!! 앞이 보여!!”

어린아이들이 꺄르륵 웃는 소리가 들려오자 난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난 아이들을 하나씩 꼭 안아 주었다.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거야.”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성자님!”

“이제 더 열심히 성냥 팔 수 있을 거에요!!”

그 말에 난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성냥을 팔 거라고?”

“예.”

“잠은……어디서 잘거야?”

“여기서요.”

“……”

“왜요?”

기껏 치료해 줬더니만 이러면 오래 지나지 않아서 또 병 걸리고 아프고 죽어 나갈 운명이다.

그냥 치료해 줬으니까 아저씨는 이만 갈게 바이바이 하려고 했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태양 교단이 어디에 있는지 아니?”

“네! 알아요!”

“그곳에 가서 성자님이 보냈다고 말하렴. 그럼 돌봐주실 거란다.”

태양 교단도 돈이 넘쳐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다달이 익명의 기부금 형식으로 이 아이들이 쓸 돈을 전달해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한 말이었다.

“싫어요! 저흰 성자님한테서 안 떨어질래요!”

“저도요!”

여기까지가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다.

이 이상은 나도 힘들다.

릴리아 교단이 지금도 날 찾고 있을지 모른단 말이야!!

걸리면 화형이라고 얘들아!!

“이만 아저씨 좀 안 놔줄…….”

내가 조심스럽게 아이들을 밀어내고 다시 도망치려는 계획을 잡고 있던 그 순간.

“여기에 계신다!!”

“성자님이다!!”

판급 갑옷이 철컥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내가 뭔가 해보기도 전에 태양 교단의 성기사들이 내가 서 있던 골목길로 밀어닥쳤다.

“성자님! 성자님이시다!!”

성기사들을 보는 순간 내 얼굴이 창백해진다.

망했다.

지금이라도! 빨리 도망쳐야!…….

개같네.

정신이 너무 피곤하다.

시간 정지 걸어도 이 골목길을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의 정신상태다.

결국 난 도망치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서 있는 수 밖에 없었다.

“성자여 설마…….아이들을 치료해주신 겁니까?”

난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억지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릴리아 교단은 아니다.

“그냥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아…….당신은 정말이지…….”

아이들을 데려가 주시겠습니까?

전 이만 떠나야 하니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잘 보살펴 주십시오.

……라고 말을 하기 위해 입을 떼려던 순간.

한 무리의 사람들이 태양 교단의 성기사들을 따라 골목길 안으로 들어왔다.

반쯤 정신이 나간 채 침을 질질 흘리며 키득거리고 있는 강도 놈이 손에 수갑을 찬 채 경찰들에게 끌려 들어오고 있었다.

저 강도 놈.

죽은 거 아니었어?

살아 있었네??

인과응보다 나쁜 새끼야.

넌 감옥가서 평생 썩어야 해.

여기까진 괜찮았다.

문제는 그 뒤를 따라 함께 들어온 새하얀 옷을 입은 한 무리의 신관들이었다.

동그란 원 안에 들어 있는 물방울의 형상.

아………

님들이 여기서 왜 나와?

“성자님이 사라지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릴리아 교단의 분들이 소문을 듣고 저희 교단으로 직접 찾아오셨습니다. 하여 추적의 기적을 써서 제가 직접 안내를 하게 되었습니다.”

추적의 기적.

뭐 그런 것도 있었냐?

왜 그런게 있냐?

왜 그런게 있고 지랄이야!!

“그렇군요.”

난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그냥 얼굴이 이 상태로 굳어 버렸다.

끝이다.

화형 엔딩이다.

난 정말 병신같은 새끼다 진짜.

어린애들이고 나발이고 그냥 도망칠 걸.

잽싸게 고치고 그냥 빨리 시간 정지 걸고 튈 걸.

왜 괜히 오지랖을 부려서 이 지랄이 난 거야!

아니야!

이게 왜 내 탓이야!

추적의 기적 같으게 있으면서도 나한테 숨겼던 태양의 교단 니들이 더 나빠!!

화형당하기 직전 그래도 내가 사람들 많이 치료했잖아요! 이단이라도 좀 봐주세요!! 라고 소리 지르면서 감성팔이라도 좀 하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릴리아 교단의 신관들이 조심스럽게 날 향해 걸어 나온다.

난 완전히 굳어버린 채 날 향해 다가오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릴리아의 신관들 중 가장 선두에 선 대머리 할배가 뭔가 형언하기 힘든 복잡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여신이여. 진정……..진정 성자이십니까? 여신께서 내려주신 분이십니까?”

뭐라고 답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뭐라고 말해도 책 잡히겠지.

나는 완전히 얼어서 덜덜 떨고만 있었다.

내가 반응이 없자 대머리 할배가 검버섯이 핀 손으로 날 향해 손을 내민다.

“성흔. 당신이 진정 여신께서 내려주신 사도라면……. 그분의 성자시라면 성흔을 보여주십시오.”

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이렇게 나오겠지.

릴리아 신도들만 알아듣는 처음보는 온갖 검증법으로 날 검증하려 들 것이 뻔했다.

성흔?

있겠냐?

망했다.

아마 앞으로 평생 신의 성자를 참칭한 이교도로 불리면서 살게 되겠지.

내가 얼어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자 기다리다 못한 대머리 할배가 먼저 행동에 나섰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확인해 보겠습니다.”

대머리 할배가 다급하게 손짓을 한다.

릴리아 교단의 성기사들이 날 향해 다가온다.

그들이 조심스럽고 침착하게 내 옷을 벗긴다.

빈민들 사이에서 뒹굴고 마녀 고치느라 온갖 더러운 오물들이 다 묻은 옷이 하나씩 벗겨져 떨어진다.

난 하늘만 바라보면서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인생 씨발.

이렇게 허무하게 끝인거냐.

이렇게 허무하게…….

성기사들이 내가 넋이 나가던 말던. 내 알몸을 구석구석 꼼꼼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난 여전히 팔을 벌린 채 그들이 내 알몸을 감상하게 두었다.

그냥 자포자기하게 됐다.

너무 무서워서 뇌가 굳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화형당하기 직전에 최대한 서글프게 울어서 감성팔이나 열심히 하자. 그게 내 머릿속에 유일하게 들고 있는 생각이었다.

“성흔이…….성흔이 없습니다.”

“그 어떤 성흔도 없습니다!”

릴리아의 성기사들이 소리를 지른다.

그래.

없어.

있는게 더 이상하지.

지금부터라도 울까?

존나 서글프게 무릎꿇고 울면서 이단 혐의로 화형만은 봐달라고 해야 하나.

“…….가장 순수한 몸으로 올 것이다! 아아아!! 성서의 말씀이 이루어졌습니다!!”

“맞습니다!! 대신관 님! 여신께서 보내신 성자입니다!!”

……네?

“릴리아여!! 아아!! 은총의 여신을 찬양하라!!”

성기사들이 일제히 날 향해 무릎을 꿇는다.

대머리 할배를 포함한 릴리아 교단의 신관들 역시 무릎을 꿇는다.

태양 교단의 사람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성호를 그리고 있었고 경찰들은 존경과 경외감을 가득 담아 날 바라보고 있었다.

“여신의 성자시여!! 비천한 종들을 이끄소서!!”

감격하여 소리지르는 대머리 할배를 보고 난 꿈뻑꿈뻑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이게 지금 대체 뭔 상황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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